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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Log

과함이 아쉬움으로 남을 때...영화<마약왕>을 보고

우리나라는 마약에 있어서는 나름의 청정지역이라 한다. 물론, 가끔은 뉴스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어떤 장소에서 신종 마약을 하던 일당을 검거했다고 나오긴 하지만 내 주위에서 직접적으로 본적이나 들은 적이 없으니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려니 했다.

그런데 <마약왕>이라니?

처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홍콩이나 일본의 이야기려니 했었지만 실화를 근거로 만들었다니 나름의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려 주연이 송강호 였다. 출연작 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매번 비슷한 톤의 연기를 하면서도 극중인물이 그랬을 법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니 기대할 만 했다.

이두삼은 부산 인근에서 밀수를 하는 조직에서 일을 한다. 세관이나 해경 등도 알음알음으로 공생하던 시절이었다. 어느정도 돈벌이가 될 때쯤 다급해진 밀수업자는 이두삼을 제물로 자신은 도망치고 옥살이를 하고 나오게 된다.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하게 되고, 제조 및 유통경로를 파악하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업으로 뛰어들게 된다.

마약장사를 하는 이들이 망가지는 순간은 마약에 손을 댔을 때라는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실제로 같이 사업을 하던 사촌동생은 자신도 모르게 먹은 마약으로 인해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이두삼 특유의 수완과 눈썰미로 사업을 확장하게 되고,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자신을 도와줄 인맥을 만들고, 뛰어난 수완으로 뒷배가 되어줄 연인<배두나>도 합류하면서 승승장구 하게 된다.

교수라 불리우는 마약제조업자, 원료를 공급해줄 공급로, 일본을 거점으로 하는 판매망 등을 키우는 한편, 합법적인 사업가로 행세하기 위한 봉사활동과 정치 자금등을 지원하고, 공식 운동경기 협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건실한 사업가로서의 이미지도 만들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하지만 밀수 업자 시절 자신을 고문하고 감옥에 보냈던 정보기관원과 일본에서 조우하고 우여곡절 끝에 일본 마약 판매책과 함께 그를 죽이기에 이른다. 살인을 저지른 괴로움에 마약을 하게 되는데...

때마침, 부산지역에 새로 마약전담 검사로 보임해온 김검사<조정석>은 기존에 업자들과 결탁한 마약 단속반을 배제한 별도의 팀을 꾸려 마약수사를 하게 된다..

사실 <마약왕>의 스토리는 실존인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대충 예상이 됐었다. 별볼일 없던 한 인물이 우연한 기회에 마약관련 사업에 손을 대고 승승장구하고 신분을 세탁하기 위한 활동을 하지만 결국엔 파멸한다... 뭐 이런...

<마약왕>을 보면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주연급이라고 할만한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외에 주조연급이나 조연급이라고 할만한 명품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두삼의 사촌동생역의 김대명,

아내역의 김소진,

사업파트너인 이희준,

국내 판로를 위한 깡패두목역의 조우진,

밀수꾼 시절 보스인 송영창,

기관원으로 이두삼을 몰아붙이는 김해곤,

서울 사교계의 연줄이 되어 주는 최덕문,

안기부 실장역의 최귀화,

밀수관련 뒷배를 봐주는 해경 유재명,

마약반장역할의 이성민,

마약제조를 담당하는 백교수역의 김홍파

까지 너무 많은 캐릭터와 배우들이 소비된다. 따라서 시선은 분산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영알못' 관객의 입장에서 볼때 두시간 남짓한 시간에 주인공들의 좋은 재료와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양념, 테이블 세팅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작품이 만들어 지고, 관객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두번째 생각은 좋은 재료이긴 하나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어느 순간엔 세상 순진한 사람처럼 보이다가 고뇌하는 마약한 사람의 연기를 보여주는 송강호는 더할 나위없다. 다만, 김검사의 이야기의 깔끔하면서도 나름의 유머를 가진 조정석의 연기는 그 연기 자체는 나무랄게 없었으나 이두삼과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두삼의 뒷배로 마약사업의 날개를 달아주는 김정아<배두나>도 마찬가지 였다. 한상 가득 차려진 한정식 상위에 맛깔스러운 잡채 대신에 파스타 같은 느낌이랄까? 왠지 조화롭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이두삼의 아내인 김소진<성숙경>은 영화 전체 스토리의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영화 <내부자들>은 여러가지로 화제가 된 영화였다.

충격적인 장면들하며, 전개, 반전, 그리고 재치있고 기억에 남는 대사들까지... 그래서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을 기대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마약왕>은 너무 많은 힘만 써버린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연초이고 새해의 계획이나 사업계획을 많이 세운다. 올해 할일도 거창하고 세밀하게 많은 일을 하겠다고 많은 양으로 만든 보고서는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큰 줄거리를 잡고 확실하게 진행할 '한두가지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보고서는 임팩트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