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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Log

부끄럽게 만들지만 꼭 볼...영화<그린북>을 보고

꽤 오래 전에 본 영화 '늑대와 춤을'을 보고 '주먹쥐고 일어서'등 인디언들의 이름이 화제가 됐었다. 아무 적개심 없던 원주민들에 대한 개척이주 백인들의 만행을 알 수 있었고, 공분하기도 했다. 그 당시 영화에 대한 이야기중 이런 자기들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게 대단하다는 의견과 이런 과거의 이야기를 반성하는 영화를 만들어서 일정 수준의 면죄부를 받으려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찌됐던 그런 핍박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조금씩 바뀌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으면 한다.

미국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땅에 들어온 이주민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어 버렸다면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머나먼 자신들의 고향에서 낯선 곳으로 노예로 끌려온 이들이 있다. 바로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예로 끌려와 죽도록 일만하던 흑인들은 위대한 대통령 링컨의 남북전쟁을 이후로 노예제도는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핍박을 받았으며,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은 계속되었고 지금도 여전하다.

남북전쟁당시 미 북부는 산업화로 인해 공업이 발달해 있었고, 남부는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업이 주를 이뤘다고 하니 전쟁의 명분이 필요해서 '노예 해방'이라는 구실만을 삼았다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오랫동안 고착화 되어있는 권력, 경제력에 의한 차별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에 사랑받는 흑인 대통령이 집권을 한 이후에도 말이다.

영화의 설정(물론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다)은 이런 피부색에 의한 신분적 상황이 역전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탈리아 이민 후예인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은 타고난 입담과 허풍으로 '떠벌이 토니'로 불리면서사교클럽에서 일한다. 클럽은 내부 수리로 두 달여간 문을 닫게 되고 한시적 휴직상태에 놓은 토니는 돈벌이가 필요하다.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세살때 첫연주를 하고 러시아 음학학교 유학을 했으며 백악관 공연을 하고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와 친분이 있을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뉴올리언즈 등 미 남부지방 투어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도시마다 이동 시켜줄 운전기사를 찾고 있다.

클럽이 문을 닫기전 '토니'의 처세술로 '셜리'의 운전기사를 제안 받고 인터뷰를 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셜리'는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으로서 적당한 급여와 운전외에 잔심부름을 하지 않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집수리를 하러온 흑인들이 마신 컵을 찜찜해 하며 휴지통에 버릴 만큼 경원 시 하던 그였다.

'셜리'는 '토니'의 운전만 하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8주간의 남부 여행은 시작된다. 1960년대 남부는 흑인들의 야간 통행을 막는 주가 있을 만큼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있던 시대였다. 그리고 자신을 고용한 음반회사로부터 '그린북'이라는 책자를 받는 '토니', 책에는 안전한 흑인들의 여행을 위해 흑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아니, 정확히는 묵어도되는 숙소를 적어 놓은 책자 였다.

여행은 시작되고 상념과는 반대되는 상황이 둘 사이엔 계속된다. 옳고 바른 얘기와 예의 범절이 몸에 밴 '셜리'와 말 많고 비속어를 주로 쓰고, 글을 쓸때면 맞춤법이 엉망인 '토니', 하지만 여행을 할 수록 피부색에 의한 차별을 현실로 보게 되는 '토니' 정작 본인 조차도 차별적인 인식으로 살아 왔지만, 여러 상황을 겪으며 차별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셜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편안하고 돈도 더 벌 수 있는 북부 지역의 공연보다 남부 지역을 택하게 한다.

둘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고지식하고 허튼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던 '셜리'는 피부색에 대한 차별로 현재의 자신의 지위를 누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가난한 자신과 같은 피부색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초대해서 콘서트를 열어주는 백인들에게도 이질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괴로워하는 인물이었다.

콘서트를 하러 다니는 지역마다 무대위의 '셜리'와 무대아래의 '셜리'를 차별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시기의 마지막 공연에서는 공연하는 호텔에서 식당 출입을 거절당하는 '셜리' 그리고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토니'...

영화는 상황을 겪하게 몰아가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는 '셜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담담히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을 나열한다.

'셜리'를 연기한 '마허샬라 알리'는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각종 상을 받은 배우다. 특히나 들리는 대사의 목소리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굵은 목소리가 꽤나 매력적이었다.

<헝거게임>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그가 나온다는 영화는 한번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토니'역의 '비고 모텐슨'은 '아라곤'이다.

<반지의 제왕>을 하드캐리하는 '아라곤'이야 말로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중 하나였는데, '토니'는 약간은 가볍고 다혈질이며, 배도 나온 완전 아저씨 역할로 나와서 '아라곤'과 매치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연기는 좋다.

최근에 본 영화중에 가장 수작을 뽑으라면 주저없이 <그린북>을 뽑을 것 같다. 사실 평단의 평도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주제의식, 영화적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지금 개봉하고 있는 영화중 하나만 골라 추천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그린북>을 추천하겠다.

물론, 어떤 차별적 행동을 한다거나 무례하게 할 일은 없겠지만 조금 더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백인들이 있는 곳의 다른 피부색의 사람을 그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경원시 한다.

땡볕아래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들의 눈에도 고급차에 백인이 운전하는 뒷자리에 앉은 고급정장의 흑인도 경원시 한다.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불안한 마음의 표현이리라.

현실에서 피부색에 의한 우리의 선호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TV에 등장하는 피부색에 따른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이나, TV쇼에서 피부색에 따른 외국인이 길을 물었을 때 반응들을 보면 우리가 어떤 커다란 편견을 아직도 가지고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 모두가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