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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물따라/산따라 이야기

[습작] 아이는 답답했다

아이는 답답했다.


등줄기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이미 얼굴은 땀 범벅이었다.


숨이 막히는 좁은 공간, 후텁지근한 공기, 땀 범벅이 된 몸, 아이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이의 등 뒤에는 한 어른이 아이를 꼭 안고 있었다. 아이가 벗어나려 하면 더 꽉 안곤 했다. 

아이는 그 공간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연탄 보일러의 화구는 한껏 열려 있었고, 앞쪽의 미닫이 문과 부엌으로 통하는 뒷문도 모두 닫혀 있었다. 

마치 누에를 치는 방처럼 방안의 온도를 한껏 올리기 위해 그랬나 보다.


보일러의 온수관이 시작되는 부엌 쪽 바닥에는 보일러 관을 따라 검붉게 선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엔 두툼한 이불이 놓여 있었다.


아이는 그 이불위에 있었다.


이불 아래 구들은 이불이 있어도 열기가 느껴질 만큼 뜨거웠다. 

아마도 이불이 없었으면 분명 데였을 거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대부분의 연탄 보일러를 쓰는 집들이 그랬 듯 바닥의 온도 조절이 쉽지 않아, 다리며, 팔을 데이곤 했었다. 

아이의 형제들 모두 가진 데인 자국이 아이에겐 없었지만, 아이는 혹시 그 데이는 날이 오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이불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니 '어쩌면 이불이 있어도 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덮고 있는 이불은 바닥의 열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두 겹, 세 겹 쌓여 있었다. 

덕분에 아이의 온 몸은 땀 범벅이 된 것이다. 

맨 위의 두텁고 무거운 면 이불은 공기의 순환 마저 막아버려 숨이 턱턱 막히는 듯 했다. 

어쩌면 아이를 누르는 이불의 무게 때문이었나 보다.


아이의 몰아 쉬는 숨 기운 마저도 아이의 얼굴에 열기로 다가와 아이는 숨을 참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주간 행사처럼 온 가족이 가던 목욕탕의 축축한 한증막에서 열선에 물을 뿌리면 순식간에 퍼지는 수증기는 일순간 청량감을 주지만, 오히려 한증막 안의 높아진 습도로 더 숨이 막히곤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이는 답답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의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고, 흘린 땀 때문인지, 이불안의 높은 열기 때문인지 아이가 축 쳐져 버릴 즈음해서 이불은 걷혔다.


들리는 목소리 


"아니,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괜한 고생을 하고 있어.."             


"자 이거나 마셔..."


방안은 아직 후텁지근했지만 아이는 불지 않는 바람의 청량감을 느꼈다.


아직은 '쌔근쌔근' 가쁜 숨을 몰아 쉬었고, 볼은 발그레하게 홍조가 선명했으며, 얇은 이불은 아직 있었지만, 마치 여름 지나고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는 생강차의 향이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다. 


몇 모금 후후 불어 생강차를 마시고는 기력이 빠졌는지 금새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을 때


자신의 이마를 만지는 손길에 아이는 눈을 떴다.


"... 열 내렸네...."  


"거봐. 효과 있을 거라고 했지?."


"감기 걸렸을 때 땀을 푹 내면 낫는 다니까."

 

아이의 아버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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