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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물따라/산따라 이야기

직장인의 휴가에 대한 단상

직장인의 휴가에 대한 단상

직장을 다니면 생각나는... 또,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출근, 퇴근, 업무 등등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제일먼저 정리를 해보고 싶은게 무얼까 고민을 하다.
그래도 직장인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인 '휴가'에 대해 써볼까 한다.

매년 노사문제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근로자의 휴일에 대한 이야기다.
OECD 평균대비해서 많다 적다 하면서 말이다
근로시간이 어느나라보다 많다고 하고
체감을 하는 실제 휴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휴일의 갯수 보다는 직장인이 쓸 수 있는 휴일의 갯수와 실제 사용가능한지의 괴리가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급휴가일 수 대비 실제 사용 현황>

개발 독재 시절 노동자들의 희생이 기업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근로(勤勞)라는 말로 일하는 것 자체에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불렀을까?

최근에 많은 인식 및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개발 지상주의시대의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다..
.사실 글을 쓰면서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한달이나 쉬면 어떡하지? 이런류의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드는게 현실이다.
우리 선배들은 휴가는 여름에 가는 며칠이 다인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연차는 수당으로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고, 근로기준법상의 연차보상비 제공의무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사용권고 통보에도 아무말도 안하고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 회사마다 차이는 있어 보인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런 꼼수는 쓰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괴롭히려 한다기 보다는 이전의 세대가 당연히 누리지 못했던 권리에 대한 행사가 기존의 인식에 젖어 있는 분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으로 받아 졌으리라...

월급이라는 걸 받는 첫 경험이 된 곳에서 첫해 연말이 되자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분이 연말에 휴일을 붙여서 휴가를 신청했다. 그동안의 휴가를 몰아서 쓰는 거 였는데, 다른 부서의 선배인 분께서 대놓고 힐난을 하셨다. 왜? 연말에 휴일에 붙여서 쓰냐는 거였다.

사실 이해되지 않았다. 휴일에 붙여쓴다고 없는 휴가 일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전체 업무 운영에 문제가 없는 정도의 휴가 일정 조정도 이루어진 상태인데 힐난이라니...
사실 더욱 씁쓸했던 건 힐난을 하셨던 분이 평소에 소통능력이 없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이 아니라는 거였다.
슬쩍 그분께 물어 봤다. ' 왜 휴가를 휴일에 붙여쓰면 안되냐고?' 그분의 대답은 그럼 쉬는 기간이 길어져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본인은 절대 그렇게 못한다고 했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분은 그렇게 살아 오셨으리라.. 휴가를 쓰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나를 희생해서 조직에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였다.

휴가 관련한 조사에서 보면 가장많은 휴가사용의 제약이 직장내 분위기 및 업무과다 및 대체인력부족이었다. 내가 없으면 고생할 동료들 생각에 내가 처리해야할 업무가 있음에 휴가를 가지 못한다는 거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한 휴가 사용촉진방안 및 유가 확산의 기대효과, 문화체육관광부>

물론 요사이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일과 삶의 균형을 잡으며 살아야 된다는 워라밸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회사를 다니며 하루의 휴가도 쓰지 않은 해가 2~3번 정도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였다. 휴가를 계획했던 시점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거나 프로젝트 중간이어서 빠지기가 미안해서 였다.
누가 강요한 적도 없었고 매번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조금씩 며칠씩 다음달에 하다가 일년을 보내버린경우였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하물며 그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내 허락하에 휴가를 다녀왔던 분들도 기억을 못한다. 기억해 달라고 인정해 달라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휴가는 그냥 가면 되는 거였다.

앞에 꺼낸 예전 기억속의 그분처럼 오랜 휴가나 휴식이 업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자 이제 휴가를 가자....연차도 필요하면 쓰자..왜?
.
가끔은 지금하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보거나 관조해보는 시간이 업무에 많은 도움을 준적이 많다. 계속 고민하면서 짜낼때 풀리는 일보다. 잠시 일을 놓고 집에 가는 퇴근길에, 식사를 하고 잠시 산책을 하다가 해결책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하려고 할때 보다 오히려 잠시 놓고 편안히 있을 때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해결책이 보인다.

그래서 난 오늘 떠난다. 다 놓고 그냥 쉬러 떠난다.
회사일 ?, 진행하던 일?, 개인적인 고민? 하지 않을 테다...
어디 가느냐고? 의미없다. 그냥 갈거다...

사실 이런 적이 처음이다. 심지어 몇시 비행기 인지도 호텔이 어디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쉴거다. 놀거다... 휴가란 그런거 아닌가?

#성장판 #글쓰기5기 #일주일한편글쓰기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