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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Log

이제서야 소설의 재미를 알다.

나온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제대로 읽어 본 기억나는 소설이다. 그 흔한 에세이는 그마나 몇번 읽었던 것 같지만, 월급을 받는 생활을 하면서 부터 소설은 나와 상관 없는 영역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무수한 화제작들에 대한 뉴스들도 아 그런 책이구나 정도의 리뷰를 읽는게 다였다.

작년에 나는 내가 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조금씩이라도 알아보자라고 생각하고 몇 가지를 시작했다. 주기적인 글쓰기가 그랬고, 드로잉 강좌도 신청했다. 평소 보고서나 품의문을 쓰던 내게 무작정 글쓰기는 꽤 힘든 과제 였다. 처음 몇번은 고민도 하고 자료도 모았던 것 같지만, 이후에는 간단한 영화리뷰를 숙제를 하듯 썼다. 그래도, 짧게 나마 내 생각을 정리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면 조금 더 집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 다른 글쓰기 모임을 갖게 됐고 의무감에 읽을 수 밖에 없는 소설들을 읽어야 했는데, 최근의 소설은 내가 생각하던 소설과 조금은 달라져 있거나 진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이야기 줄거리를 두고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의 플롯을 다르게 풀고 있는 소설들이었다. 물론 내가 주로 단편을 주로 읽어야 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몇편의 단편들을 읽을 때는 혼란스러웠다.

황정은, 최은영, 김애란,윤이형, 한유주, 레이먼드 커버 그리고 김영하 또, 그리고 한강, 그나마 한강 작가는 방송에서 화제가 많이 되고, 김영하 작가는 <알쓸신잡>으로 그리고 회사 강연으로 알고 있었지만 다른 작가들은 처음 들어본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언급되지 않은 몇분의 단편들들을 그나마 한두편 읽은게 다이지만 나에게 주는 재미를 발견하게 됐고, 이중 몇가지 추려 본다


"생각이 관념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내 생각은 느끼는 것이지만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읽는 문장들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느낌을 더 적확하게 풀어낸다.


"사람에 공감한다."

소설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 최근 몇편의 소설을 읽으면서의 느낌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보다는 나와 같은 사람의 특별하거나, 혹은 아닌 이야기로 남는다.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몰입한다"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도저히 소설이 아니고서는 겪어보지 못할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른 발견하게 된다.


"작은 여운이 남는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정의 굴곡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문득, 소설의 문장이 떠오르는 상황을 맞게 되기도 한다. 짧은 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


"마음의 울림이 지속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먹먹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이제는 울려버려야지하는 마음을 먹은 것 같은 문장들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그 사람들의 상황이 먹먹하게 하는 상황이 있다. 이렇게 라도 정리 해놓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건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이다.


황정은 작가의 '아무도 아닌'을 읽고

나서 꽤 오랜 상념을 갖게하는 문장이 있었다. 처음에 읽지 못했던 문장, 소설의 절반 쯤 읽었을 때 우연히 펴게 된 소설 맨 앞에는 소설의 제목에 빗댄 ' 사람들은 자꾸 아무도 아닌을 아무것도 아닌으로 읽는다'라는 문장이었다. 나와 관계가 맺어지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도 아닐' 수 는 있어도 '아무 것도 아닐' 수는 없다. 생명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뇌리를 맴돈다. 여전히... 그리고 읽은 소설은 서로 무심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자꾸 마음이 쓰이는 사람들이 내가 있었다.

짧은 출퇴근 시간을 아쉬워 한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볼 수도 영화를 나누어 볼 수 도 없어서... 그러다 조금은 긴 출퇴근을 하게 되었을 무렵에는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들었다. 소설을 몇편 읽은 후 내 출근 경로는 바뀌었다. 짧은 환승으로 최단시간을 맞추던 나는 다소간 더 걸리지만 30분 정도를 앉아갈 수 있는 전철루트로 출근 경로를 바꾸었다. 그나마 이른 출근길이라서 앉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퇴근길은 매번 혼잡해서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아직은 많은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계속 작은 여운을, 마음의 울림을 느끼는 재미를 찾아보고 싶다.


#성장판 #글쓰기 #소설읽기 #아무도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