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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Log

<어린왕자>는 내안에 있다..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7살 무렵까지 작은 농촌 마을에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매일이 주변에 있는 동산이며, 논이며, 개울이 내 놀이터 였고, 여름이면 헤엄을 치러 넓은 개울가로, 겨울이면 어른들이 만들어주신 팽이며, 썰매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다.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우리가족은 도시로 왔고 조금은 다른 환경지만 구슬치기며, 오징어 등 이런 여럿이 어울리는 놀이를 하던 기억이 많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였던것 같다. 고등학교에 가야하고, 대학을 가야한다는 명제 앞에서 컨베이어 벨트위에 얹혀진 것 처럼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되는 일이 우선이 되는 삶 말이다. 모두가 한곳을 보고 이런 저런 사회 통념에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무언가를 준비하며 살아왔다. 물론, 생활이 너무 힘들었거나 전혀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보다는 해야되는 일을 한다고 아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꽤 오랜기간을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았다.

    아직은 철없는 아이같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느새 40중반을 넘어버렸다.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할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몇가지 소소한 일상들을 만들고 있을 즈음 <어린왕자>를 다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어려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상상하는 물건들을 그리다. '코끼리를 삼킨 커다란 보아뱀'을 그렸지만 어떤 어른들도 모자라고 하고, 그의 그림을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다. 자라서 비행사가 된다.
    그리고 고장난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만나는 어린왕자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이야기를 해주고 '양'을 그려달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의 양을 그린 주인공에게 어린왕자는 이런 모습이 아니라고 계속 다시 그려줄 것을 요구한다. 귀찮아진 주인공은 상자를 그려주고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이안에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 어린 왕자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마치 어린 시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일깨워 주듯 말이다.

    그리고 왕자의 별이야기이며, 지구까지 오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 모두는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가졌던 마음들을 은유하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 욕구들을 상징하는 상징물이고,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내내들었다.
    좋은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나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고 하던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했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최근의 마음을 보고 있는 것처럼 권위적인 왕으로, 허영심 많은 사람으로, 술꾼으로, 장사꾼으로, 가로등을 켜는 사람으로, 지리학자로 내마음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고장난 비행기를 고치는 현실에 매여있는 주인공에게 어린왕자는 자꾸 말을 건다. 그가 잊고 지냈던 순수한 마음의 영혼이 이야기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에 어린왕자는 떠난다.

    <어린왕자가 떠나버린 지구>

    자꾸 이런 저런 현실에 사로 잡혀 바쁘기만 했던 생활을 조금은 바꿔보고 싶다. 유일한 탈출구라 생각했던 야구도 그렇고, 새롭게 시작한 펜그림그리기와 악기를 배우는 시간도 가지려 한다. 
    그리고 내 별의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져볼 까 한다. 이미 커버린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별을 만들고 있을 지 모르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자신들의 컨베이어벨트를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는 하지만 조금은 자신의 생각을 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읽게된 어린왕자에서 나를 보았다. 어찌보면 비행기가 고장나서 오도 가도 못하는 주인공에게서 나를 발견한다.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왕자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고장난 비행기에 난감해하는 그는 나고 지금의 내가 그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린왕자는 철새들을 따라 오는 걸까? 
    어쩌면, '보아뱀속의 코끼리'처럼, '상자안의 양'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내 안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딘가 내 안에서 애써 듣지 않으려 했던 어린왕자의 목소리를 찾아야 겠다.
    인생을 관조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자신을 되돌아 볼때 발견하게 되는 내안의 어린왕자 말이다.
    어린왕자가 아예 떠나버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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